[대부분 "표결없이 사퇴"… 5명은 "표결하자"]

서청원 "아름다운 사퇴", 정두언 "개그콘서트다"
劉와 친한 이종훈이 계속 "표결" 주장하자 친박 "식구는 얘기 말라"
김무성, 사퇴 권고 통보하며 "우리가 어찌 이래 됐노" 유승민과 포옹

유승민 원내대표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8일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는 김무성 대표를 포함해 33명의 의원이 발언했다. 이 중 2명의 의원은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했고, 5명은 "표결을 하자"고 했다. 나머지는 대체로 "표결 없이 유 원내대표가 물러날 수밖에 없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표결을 주장한 의원과 반대한 의원 간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의총은 오전 9시 20분부터 낮 12시 50분까지 3시간 30분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다. 당 소속 의원 160명 중 120명이 참석했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의원회관 사무실에 머물렀다. 의원총회의 의결 사안과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는 회의에 참석하지 못하도록 한 당헌(黨憲) 81조에 따른 것이었다.

김무성 대표는 의총을 시작하면서 "정치인의 거취는 반드시 옳고 그름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때로는 자신을 던지면서 나보다는 당을, 당보다는 나라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차원에서 유 원내대표에게 당을 위해 희생하는 결단을 부탁하는 것"이라고 했다. 김 대표는 "선당후사의 정신이 절실히 필요하다. 신임 투표로 가면 어떤 결과가 나오든 우리 모두가 큰 상처를 입게 된다"며 의원들 협조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어 자유 토론이 시작됐다. 정두언·황영철 의원은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반대했다. 김용태·김세연·이종훈·유의동·이재영 의원 등은 표결을 주장했다. 정두언 의원은 "원내대표 사퇴 결의는 개그콘서트 같은 얘기"라며 "국민에게 새누리당이 어떻게 비치겠나"라고 했다. 김용태 의원은 "최고위원들도 같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대충 '우~' 해서 박수 치고 끝내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표결을 하자"고 했다. 김세연 의원도 "절차적 정당성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전반적인 분위기는 사퇴 불가피 쪽으로 모아졌다. '친박(親朴) 맏형' 격인 서청원 최고위원은 "착잡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다. 정치인의 사퇴는 불명예가 아니라 아름다운 것"이라며 "나도 30 여 년 정치하면서 책임지고 물러난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우현 의원은 "(유 원내대표가) 사퇴 권고안을 받아들이는 게 현명하다. 국회법 개정안 재의결이 안 된 것에 대해서도 책임져야 한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당·청(黨·靑) 소통에 문제가 있는 청와대에도 변화를 촉구해야 한다"면서도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 체제를 보이콧하는 상황에서 유 원내대표 체제는 존립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유 원내대표 사퇴 촉구 의총 소집을 주도했던 친박 핵심 김태흠 의원은 "표 대결은 당내 갈등을 확대시키고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에 안 된다"고 했다.

의총 막판에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이종훈 의원이 "표결을 해야 한다"고 계속 주장하자 친박계인 함진규 의원이 "식구(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사람)는 이야기하지 말라"고 하고, 황영철 의원이 "왜 발언을 막느냐"고 소리치는 등 '투표파'와 '투표 반대파' 사이에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표결 주장에 대해 "당을 깨자는 거냐"는 말도 나왔다.

장시간 토론이 끝난 뒤 의총 내내 맨 앞자리에 앉아있던 김 대표가 단상에 올랐다. 김 대표는 "유 원내대표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것 같다. (사퇴에 반대한 의원들도) 따라 달라. 유 원내대표에게 이를 전달하겠다"고 하고 의총을 마무리했다.

김 대표는 곧바로 유 원내대표의 의원회관 사무실로 향했다. 유 원내대표와 10분 정도 만나며 사퇴 권고 결정을 통보했다. 김 대표는 자리에서 일어서면서 "우리가 어찌 이래 됐노. 한번 안아줄게"라며 유 원내대표를 포옹했고, 유 원내대표도 말없이 웃으며 함께 안았다고 동석했던 의원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