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참전했던 在日학도의용군 이봉남씨

재일학도의용군으로 6·25에 참전했던 이봉남(97)씨가 10일 별세했다.

일본에 머물던 이씨는 영구 귀국을 위해 9일 고국에 왔으나 지병이 급속히 악화돼 병원으로 실려갔다가 숨졌다. 이씨의 아들 종원(48)씨는 본지 통화에서 "조국에서 영면을 맞으러 귀국하셨는데 하루 만에 돌아가셨다"고 했다.

이씨는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연구 활동 중 6·25가 발발하자 재일학도의용군에 지원했다. 당시 서른한 살이었다. 딸이 네 살이었고, 아내는 임신 중이었다. 그는 생전 인터뷰에서 "일제 강점기에 나라 없는 설움을 절감했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아픔이 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 참전했다"고 말했다.

재일학도의용군은 세계 최초로 재외 국민이 참전한 사례로 알려져 있다. 1967년 제3차 중동전쟁 당시 재외 이스라엘인이 참전한 것보다 17년 앞섰다. 재일학도의용군 참전자는 모두 642명으로, 그중 135명이 전사·실종됐다. 그런데도 한국에서 한동안 잊힌 존재였다. 군번 없이 미군에 배속돼 있었다는 이유로 국군 전사자로 인정받지 못했다. 1992년 11월 전사자로 인정됐고, 2014년 10월이 되어서야 도쿄에 전사·실종자 이름이 새겨진 충혼비가 들어섰다.

이씨는 작년 2월 일본 도쿄 한국대사관에서 국가보훈처장에게 호국영웅기장(메달)을 수여 받았다. 이씨는 당시 "정부가 재일학도의용군 모두를 영웅으로 인정해줬다는 점에서 조국에서 받은 어떤 훈장보다 소중한 선물"이라고 말했다. 유족은 아내 황호숙씨와 아들 종원씨 등 1남 2녀가 있다. 빈소는 중앙보훈병원, 발인은 14일 오전 8시, 장지는 국립서울현충원, 010-2187-57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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