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 임기 1년 남기고 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직 사의
"외압 없어… 연재소설 집필 주력"

"임면권자인 대통령과 장관이 다 수감됐는데 내가 자리에 연연할 이유가 없다."

소설가 이문열(70·사진)씨가 임기 1년을 남겨놓고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이사장직을 그만두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사장은 무보수 비상근직으로, 사표는 조만간 제출할 예정이다.

이씨는 지난 30일 한국예술인복지재단 차기 대표(상임이사) 후보를 뽑기 위해 열린 이사회에서 구두로 사의를 표명했다.

이씨는 "예전부터 관두려고 했는데 대표가 바뀌니 이사장도 바뀌는 게 좋겠다 싶어 그 자리에서 의견을 밝혔다"며 "외부 압력은 없고 순수하게 내 결단"이라고 말했다.

이씨의 결정에는 이른바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파동이 영향을 미쳤다. 이씨는 "최근 블랙리스트 사건이 엄중히 처리되고 있고 며칠 전 조윤선 전(前) 문화체육관광부 장관도 법정 구속되지 않았느냐"고 했다.

이어 "예술인 지원 담당 기관에 있으면서 계속 이름을 거창하게 걸어놓는 게 부담스러웠다"며 "임기 끝날 때까지 몇 달만 참으라는 권유도 있었지만 솔직히 내가 할 일도 많지 않다"고 말했다. 재단은 문체부 산하기관으로 예술인 창작 환경·복지 개선 등을 위해 2012년 설립됐다. 지난해 예산은 260억원이었다.

이씨는 "블랙리스트 문제는 정부가 예술인에게 해를 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공격한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지원을 안 해준 것이지만, 예술인복지재단이 예술인 지원의 가장 큰 비중을 담당하기에 마음이 좋지 않다"고 했다.

이어 "재단에 등록된 예술인이 11개 장르에 약 4만6000명인데 블랙리스트 명단은 1만명이라고 주장하니 조금 무리한 숫자 같긴 하다"고 했다. 이씨는 연재 중인 장편소설 집필에 주력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