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평창]

코치의 폭행·1500m 탈락 잊고 오늘 고향 강릉서 3000m 계주
올림픽 2회 연속 우승 노려… 쉬는 날에도 나홀로 연습장 출근

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쇼트트랙 3000m 계주는 한국의 확실한 금밭이다. 쇼트트랙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1992 알베르빌대회를 포함해 지난 7차례 동계올림픽에서 5번 금메달을 쓸어담았다.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20일 저녁 이 종목에서 2014 소치대회에 이은 2연패이자 6번째 금메달 획득에 도전한다. 한국의 결승 상대는 캐나다·이탈리아·중국이다.

한국이 금빛 행보를 이어가기 위해선 2014 소치대회에서 이 종목 영웅으로 떠오른 심석희(21)의 역할이 중요하다. 당시 고등학교 2학년이던 심석희는 결승전에서 막판 대역전극을 이끌었다. 2바퀴를 남기고 2위로 달리던 한국은 심석희가 최종 주자로 나서 마지막 바퀴에서 중국을 제치고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심석희는 이번 평창대회 여자 쇼트트랙 1500m 금메달리스트인 최민정(20)과 함께 한국 여자 쇼트트랙의 '쌍두마차'로 불린다. 하지만 이번 평창대회에선 잇따른 악재가 심석희를 덮쳤다. 올림픽 개막 직전 코치에게 폭행당해 선수촌을 이탈했다가 복귀했고, 개막 이후엔 500m와 1500m 두 번의 개인전에서 잇따라 고배를 마셨다.

좀처럼 충격에서 헤어나오기 힘든 상황이지만, 심석희는 여자 대표팀 주장으로서 힘을 내고 있다. 심석희는 개인 종목에 출전한 선수들에게 휴식일이던 지난 18일 스스로 훈련장에 나와 한 시간 동안 몸을 풀었다. 대표팀 박세우 코치는 "강한 선수인 만큼 어려움을 잘 극복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석희가 마음을 다잡는 이유는 또 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리는 강릉이 고향이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쇼트트랙을 배우기 위해 서울로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별명 중 하나가 '강릉의 딸'인 이유다.

쇼트트랙 경기장인 강릉아이스아레나에서 2.5㎞ 거리에 사는 할아버지 심태섭(87)씨와 마을 주민의 응원도 힘이 된다. 이 마을엔 '우리 동네 석희야~ 금메달 파이팅!!'이라고 쓰인 플래카드가 걸렸다. 마을회관 근처 상가 건물 외벽은 소치대회에 참가한 심석희의 모습과 그를 응원하는 마을 주민의 사진으로 덮여 있다.

심석희는 "할아버지 할머니가 사실상 저를 키워주셨다"며 "할아버지에게 기쁨을 드리고 싶다"고 했다. 마을 주민인 김재걸(73)씨는 "우리 동네 자랑인 석희는 어릴 때부터 착하고 성실하다는 칭찬이 자자했다"며 "주민들이 모여 석희를 끝까지 응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심석희는 자기 소셜 미디어에 올린 글을 2개만 빼고 모두 지웠다. 남은 글 중 하나엔 "절대 후회하지 마라. 좋았다면 추억이고 나빴다면 경험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