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文대통령, 이제 새벽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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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3.10 02:06

[트럼프·김정은 만난다]

"北실무자가 안하무인으로 굴면 文대통령과 직통 전화로 해결"
특사단과 만찬서 자신감 보여

전방위 제재에 숨통 조여오자 미·북 정상회담 승부수 던져

"그동안 우리가 미사일을 발사하면 문재인 대통령이 새벽에 NSC(국가안전보장회의) 개최하느라 고생 많으셨다. 오늘 (미사일 발사 유예를) 결심했으니 이제 문 대통령이 새벽잠 설치지 않아도 된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5일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과의 만찬에서 한 말이다. 청와대는 9일 미·북 정상회담 성사 소식이 전해진 직후 김정은의 발언을 이례적으로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김정은은 특사단에 "이제는 실무적 대화가 막히고, (내 부하들이) 안하무인 격으로 나오면 (문재인) 대통령과 나하고 직통 전화로 이야기하면 간단히 해결된다"고도 했다.

북한 전문가들은 이 같은 발언에서 남북, 미·북 정상회담을 파격적으로 제안한 김정은의 복잡한 속내를 엿볼 수 있다고 분석한다. '사실상 핵보유국 반열에 올랐다는 자신감'과 '전방위 대북 제재로 인한 위기감'이 뒤섞여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작년 11월 화성-15형 발사 직후 '국가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핵 협상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고 자부한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고강도 경제 제재로 숨통이 조여들자 위기감이 증폭되는 상황이다. 신범철 국립외교원 교수는 "김정은은 제재가 지속되면 체제 내구력뿐 아니라 협상력이 약화될 것으로 보고 지금 승부수를 던졌다"고 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절박함이 엿보이는 대표적 사례가 임신한 여동생 김여정(당중앙위 제1부부장)을 서울에 보내 남북 정상회담을 선(先)제안한 것이다. 전직 통일부 관리는 "과거 남북 정상회담은 우리가 요구했고 북은 항상 대규모 경제 지원이란 가격표를 붙였다"며 "북이 조건 없이 먼저 제안한 것 자체가 북의 어려운 사정을 짐작하게 한다"고 했다.

오히려 이번엔 우리 쪽에서 '여건 조성'이란 조건을 달았다. 남북 정상이 만나려면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북·미 대화가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과거 같으면 북한은 '비핵화' 언급 자체에 격분하며 판을 깼겠지만, 이번엔 '진지하게 경청'했다. 이는 '절대 대화의 판을 깨지 말라'는 김정은의 지침 없이는 설명하기 어렵다. 김정은은 여기서 더 나아가 연일 '불구대천의 핵 악마'라고 저주하던 미국에 정상회담까지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