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측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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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4.03 03:01

폭침 모략극으로 주장해 온 北… 김영철, 취재진에 농담하듯 언급
유족 "반성기미 없이 뻔뻔… 정부는 北사과 받아내라"

북한 김영철〈사진〉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2일 남측 예술단의 평양 공연 취재차 방북 중인 우리 취재진에게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 저 김영철"이라고 말했다.

김영철은 이날 오전 10시쯤 평양 고려호텔에서 우리 취재진과 약 16분간 간담회를 갖고 전날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예술단 공연의 취재를 막은 것을 사과했다. 그는 "취재를 제약하고 자유로운 촬영을 하지 못하게 하는 건 잘못된 일"이라며 "사죄라고 할까, 양해를 구한다"고 했다. 이 자리에서 자신을 소개하며 농담조로 '천안함 폭침 주범'을 언급한 것이다.

김영철은 2009년 2월부터 2016년 초까지 북한의 대남공작 총괄기구인 정찰총국을 이끌었다. 우리 군·정보 당국은 2010년 3월 발생한 천안함 폭침을 정찰총국의 소행으로 결론 내린 뒤 김영철을 이 사건 배후로 지목해 왔다. 일각에선 북한이 2011년 우리 정부와 베이징 비밀 접촉 등에서 사실상 천안함 폭침 책임을 시인했다고 주장하지만, 공식적으로 북한 당국이나 김영철은 "천안함 사건은 보수 정권이 조작한 특대형 모략극"이라고 주장해왔다. 사과를 한 적도 없다.

이 때문에 김영철의 이날 발언 배경을 두고서 여러 해석이 나온다. 국책연구소 관계자는 "'남측에서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사람'이란 말 자체가 '유체이탈 화법'"이라며 "천안함 폭침과 상관없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계산된 표현 같다"고 했다. 농담 식으로 넘기며 폭침 책임을 부인하려 했다는 것이다.

한 대북 소식통도 "'취재 불편 같은 사소한 일도 내가 직접 사과하는데, 천안함처럼 중대한 일을 정말 저질렀다면 진작에 사과하지 않았겠느냐'는 메시지를 흘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했다. 반면 전직 통일부 관리는 "김영철 스스로 천안함 폭침을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며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무의식중에 범행을 인정한 것일 수 있다"고 했다.

천안함 46용사 유족회와 참전 장병들은 이날 "천안함 폭침에 대해 북한의 사과나 유감 표명을 반드시 받아내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유족들은 "김영철의 발언은 반성의 기미가 전혀 없는 뻔뻔한 행동"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