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월드컵 열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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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6.04 03:16

어제 축구 대표팀이 14일 개막하는 러시아월드컵을 위해 출국하는 자리에 차범근 전 대표팀 감독이 배웅 나왔다. 그는 신태용 감독에게 "주변 비난에 흔들리지 말고 경기에만 집중하면 분명히 좋은 성적이 따라올 것"이라며 포옹했다. "보나 마나 3전 전패" "차라리 월드컵 티켓을 양보하자"는 팬들 질타가 쏟아지는 상황이 안쓰러워 그랬을 것이다. 월드컵을 앞두고 이렇게 가라앉은 분위기는 처음이다. 월드컵이 곧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깜짝 놀라는 사람도 많다.

 ▶20년 전 차범근이 감독을 맡았던 1998년 프랑스월드컵 때가 생각난다. 한국은 히딩크가 이끄는 네덜란드에 0대5로 대패(大敗)하며 1무2패로 예선 탈락했다. 당시 차 감독은 두 경기를 지고는 대회 도중 경질돼 쓸쓸한 귀국길에 올랐다. 하지만 한국은 그다음 월드컵에서 4강 기적을 이뤘다. 이런 게 축구고 승부다. 그런데 이번 월드컵은 시작도 전에 너무 싸늘하다.

▶한국은 세계에서 6번째로 9회 연속 월드컵 본선에 진출한 나라다. 한국 빼고는 브라질, 독일, 이탈리아, 아르헨티나, 스페인 정도다. 그런데도 요즘엔 축구 경기장이 텅텅 비었다. TV엔 2002년 월드컵 때 장면이 더 자주 나온다. 박지성, 이영표, 안정환 등 TV 해설위원 얼굴이 현 대표 선수들보다 더 친숙하다. 한국 축구는 추억 상품으로 밀려났다.

 ▶한 미국 친구가 "한국은 월드컵에 나가는데 왜 이리 열기가 없느냐"고 묻는다. 월드컵 진출권을 따내지도 못한 미국, 이탈리아 등에선 월드컵 열기가 광적이다. 뉴욕타임스엔 어느 맥줏집, 어느 레스토랑을 가면 월드컵을 즐길 수 있는지 소개해주는 글까지 실린다. 세계 축구팬들은 꼭 자국 팀 경기만 관심을 갖는 게 아니다. 4년 전 준결승에서 독일에 1대 7로 져 망신당한 브라질이 명예를 회복할 것인지 아니면 빅 데이터 분석 축구를 구사하는 독일이 다시 월드컵을 안을 것인지 초미의 관심이다. 패스 축구를 재건한 스페인, 역대 가장 화려한 멤버를 구성했다는 프랑스도 우승 후보로 꼽히며 세계 축구 팬 가슴에 불을 지른다. 한국에선 오로지 한국 성적만 관심이다.

 ▶보다 못한 이영표가 한마디 했다. "한국 사람들은 축구를 좋아한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다. 이기는 걸 좋아할 뿐이다." 그는 "이기려면 축구를 좋아하고 즐겨야 하는데 우리는 앞뒤가 바뀌어 있다"고 했다. 대표팀이 예상 밖 투혼을 발휘해 이 무관심에 일격을 가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