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노후자금, 연금사회주의 볼모로 잡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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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8.07.12 00:06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 "스튜어드십 코드의 환상 버려라"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자금을 정책의 도구로 활용하려는 연금사회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

기업 지배구조 전문가인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10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갖고 "제1 과제로 중장기 수익률을 높여야 할 국민연금이 연금 가입자들이 동의한 적도 없는데 기업 지배구조를 바꾸는 어젠다를 마음대로 도입했다"고 비판했다. 연금사회주의는 '현대 경영학의 아버지' 피터 드러커가 1970년대 중반 미국 연금들이 기업 최대주주로 올라서 경영에 간섭한 것을 비판하며 처음 내놓은 개념이다. 신 교수는 "한국에선 국민의 돈을 끌어모은 국민연금이 대기업 지분을 사들여서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금사회주의로 가고 있다"며 "세계에서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신장섭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한국에선 국민연금이 대기업 지분을 사들여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연금사회주의’로 가고있다”며 “세계에 유례가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김연정 객원기자

연금사회주의를 막으려면 10%에 달하는 국민연금의 주요 대기업 지분을 5% 아래로 떨어뜨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분산 투자 원칙에서 볼 때 기관투자자가 한 기업의 주식에 10% 정도를 투자한다면 본분을 저버린 처사"라며 "미국·캐나다 등 국가들은 주요 연금의 자국 증시 비중이 1% 안팎이고, 5%대인 일본의 공적연금펀드(GPIF)는 의결권을 100% 외부 위탁운용사에 맡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국민연금의 수익률을 높일 수 있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 "연금이 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해서 중장기적으로 주가가 올랐다는 연구는 없다"며 "미국에선 기업의 배당금을 연금이 배당이나 자사주 매입으로 빼 나간 결과, 기업이 투자를 못 하고 인력 구조조정으로 부의 양극화만 심화됐다"고 반박했다. 오히려 한국의 상황이 더 심각한 걸로 진단했다. 그는 "한국에서 주식 지분의 절반이 외국인들이기 때문에 배당 등을 지나치게 늘리면 열심히 일해 쌓아놓은 현찰을 외국인에게 거저 주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이어 "국민연금의 투자 결정 결과는 3~4년 후에 나타나므로 현재의 운영 실패는 미래에 연금의 가파른 고갈로 나타날 것"이라며 "현재의 젊은 세대가 은퇴할 때면 모든 부담을 뒤집어쓰게 될 것이므로 젊은이들이 현 국민연금의 그릇된 운영에 반대하고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CIO) 인선에 청와대가 개입한 것에 대해선 "국민연금의 재앙"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그는 "청와대는 '대등한 관청 간에 협력을 요구하는 행정응원 차원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엄연히 독립적인 기금이사추천위원회가 있는데 권력의 정점에 있는 청와대가 요구하면 압력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전 수뇌부들이 직권남용·배임으로 징역을 살고 있는데 현 수뇌부는 무슨 자신감으로 이런 일을 반복하는지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지난 3월 출간한 '왜곡된 스튜어드십 코드와 국민연금의 진로'라는 책에서 "기관투자가들이 자신들에게 돈을 맡긴 고객들을 위해 집사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겠다는 취지의 스튜어드십 코드가 한국에선 정부를 대신해 기업을 관리하는 집사로 오용되고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신 교수는 인터뷰에서 "한국의 스튜어드십 코드는 경제적 의미는 없고 국민연금을 동원한 재벌 개혁이라는 정치 슬로건에 불과하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개념이 처음 나왔을 때 자율 규제에 한정됐었는데 한국에선 정치적으로 곡해돼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형국이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람들이 재벌 때리기에만 급급해 스튜어드십 코드의 막연한 환상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