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 침묵에 귀 기울인다, 타들어가는 목마름"

김의겸〈사진〉 청와대 대변인은 2일 리비아에서 무장 민병대에 납치된 우리 국민에 대한 논평을 내고 "납치된 첫날 '국가가 가진 모든 역량을 동원해 구출에 최선을 다해 달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이날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개최하고 리비아 피랍 사태의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

김 대변인은 이날 "얼굴색은 거칠었고 목소리는 갈라졌지만 다친 곳은 없어 보여 참으로 다행"이라며 "사막 한가운데 덩그러니 내던져진 지아비와 아버지를 보고 있을 가족들에게는 무슨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고 했다.

이어 "정부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그의 안전과 귀환을 위해 리비아 정부 및 필리핀, 미국 등 우방국들과 긴밀한 협력 체계를 유지하고 있다"며 "아덴만에서 임무 수행 중이던 청해부대는 수에즈운하를 거쳐 리비아 근해로 급파돼 현지 상황에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변인은 또 "(동영상을 보니) 거친 모래바람을 맞아가며 가족을 지탱해 온 아버지의 책임감이 느껴진다. 그가 타들어가는 목마름을 몇 모금의 물로 축이는 모습을 봤다"며 "아직은 그의 갈증을, 국민 여러분의 갈증을 채워주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전날 리비아 매체 '218뉴스'는 피랍된 우리 국민으로 추정되는 이가 사막에 앉아 물을 마시는 동영상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했었다. 김 대변인은 "조국과 대통령은 결코 그를 잊은 적이 없다. 그를 납치한 무장 단체에 대한 정보라면 사막의 침묵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며 "한줄기 소나기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한줄기 소나기' '사막의 침묵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 등 문학적 수사(修辭)가 동원된 김 대변인 논평을 두고 이날 포털 사이트와 인터넷 커뮤니티 등에서는 '납치 국민을 아직 구출하지 못했는데 화려한 표현을 강조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것' '좀 더 진중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민을 구해내겠다는 간절한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