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열발전소 첫 지목 이진한 교수

"포항 지진이 단순한 자연 지진이 아니라는 것을 과학적 증거로, 정확하게 판단을 내린 것입니다."

이진한〈사진〉 고려대 교수(지구환경과학과)는 2017년 포항 지진이 지열발전소에 의해 촉발됐을 가능성을 가장 먼저 주장한 학자다. 그는 지난해 4월 국제학술지 '사이언스'를 통해 이 같은 연구 결과도 발표했다. 이 교수는 당시 포항 지진의 진원지 깊이가 지열발전소의 지하 구멍 깊이와 일치한다는 것을 증명했다.

그는 "작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포항지열발전소가 물 주입이 상대적으로 적었음에도 지진이 발생한 것에 대해 '단층대가 있기 때문'이라고 추정했는데, 이번 정부 연구조사단에서 여러 데이터를 근거로 정확한 결론을 내렸다"며 "이로써 지열발전소가 포항 지진의 원인이라는 게 분명해졌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난 2016년부터 원자력안전위원회 사업으로 '지진에 의한 원전 영향에 관한 연구'를 진행해 왔다. 경주 지진 발생 현장을 조사하던 그는 2017년 포항에서 미소(微小) 지진(규모3.0 이하의 작은 지진)이 수 차례 일어나는 것을 보고 원인 조사를 위한 별도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2017년 4월에 포항 북구에 규모 3.1 지진이 났을 때 기상청에서는 '진원이 깊은 곳에 있다'고 발표했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며 "당시 땅이 많이 흔들렸다는 주민 말에 의하면 상당히 얕은 곳에서 지진이 일어난 것이어서 당연히 지열발전소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7년 11월 포항 지열발전소 부근에 땅 흔들림을 측정할 수 있는 간이 지진계 8대를 설치했다. 그리고 5일 후 포항에서 규모 5.4의 본진(本震)이 발생했다. 그는 "주변에서 '정부에 (지진 위험성을) 알려야 하지 않느냐'고 하는 와중에 지진이 일어났다"며 "진원지는 우려했던대로 그 지열발전소였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유전이 많은 미국 오클라호마와 텍사스에서도 시추 과정에서 규모가 큰 지진이 일어났다"며 "포항처럼 단층 활동이 의심스러운 지역은 적은 양의 물을 주입해도 큰 지진이 유발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열발전소가 지진 발생 원인이라는 게 과학적으로 입증됐지만, 에너지 자원이 부족한 한국에서 지열발전을 포기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번 연구를 계기로 지진을 일으키지 않고 지열발전을 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후속 연구가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