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을 제물로 바치라는 神… 그 또한 사랑이라 믿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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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19 01:22

소설집 '사랑이 한 일' 낸 이승우… 창세기 소재로 한 단편 5개 묶어

"나는 크리스천이지만, 어릴 때부터 성경을 읽으면서 늘 마음에 걸리는 장면들이 있었다. 가장 대표적인 게 아브라함 이야기였다. 도대체 신이 아브라함에게 아들을 제물로 바치라고 하다니, 그런 신의 명령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제44회 동인문학상(2013년) 수상 작가 이승우(61·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가 구약성경 창세기를 소재로 한 연작소설집 '사랑이 한 일'(문학동네)을 냈다. 아브라함의 아들 이삭 처지에서 쓴 단편소설을 비롯해 아브라함 일가와 관련된 성경 이야기를 다룬 연작소설 5편을 묶었다. 단편 '사랑이 한 일'은 '그것은 사랑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라고 아버지는 내게 말하지 않았다'는 이삭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신은 아브라함의 믿음을 확인한 뒤 번제(燔祭)를 멈추게 했지만, 소설은 좀 달랐다.

소설가 이승우는 “구약성경을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했던 일화를 이해하고, 내 믿음을 논리화하기 위해서, 인간의 마음이 담긴 소설을 통해 신의 마음에 접근하려고 했다”고 밝혔다. /오종찬 기자

아브라함은 하인들에게 '나는 아들과 함께 저기로 가서 예배를 드리고 돌아올 테니…'라고 말한다. 이삭은 '놀랍게도 그날 아버지는 나를 그 산에 내버려두고 혼자 집으로 갔다'고 회상한다. 그는 '아버지 역시 나를 떨어뜨려 나에게서 떨어짐으로써 바쳐졌다'고 깨닫는다. 아브라함은 아들에게 '너를 너무 사랑해서 신이 너를 바치라고 요구한 거라고 받아들일 뿐'이라고 설명했는데, 그 사랑에 대해 이삭은 '그날 밤, 별들이 캄캄한 하늘을 가득 채우고 있던 그 밤에 그 산에서 나는 신으로부터 많은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 산에서의 하루는 내 인생의 모퉁잇돌이 되었다. 내 인생의 집은 그 하루 위에 지어졌다. 하늘을 보고 들판을 거닐며 나는 내 안의 성좌들, 그 밤에 들었던 엄청난 말들을 되새긴다. 내 안에 더 깊은 길이 펼쳐졌다'고 한 이삭은 다시 독백한다. '내 사색 속으로 신의 음성이 끼어들면 나는 그 음성에 귀를 기울이고 그 음성을 풀기 위해 걷다가 멈추고 멈춰 있다가 멈춰 있다가 걷는다. 나는 아직 그 밤에 들은 말들을 다 풀지 못했다.' 작가는 "내 소설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신앙을 인간의 사유 내부에서 풀어서 쓰다 보니, 사랑이란 코드를 파고드는 동시에 신과 인간의 사랑으로 확대해 간 작업이 됐다"고 설명했다.

단편 '소돔의 하룻밤'도 창세기에 나오는 롯의 이야기를 다뤘다. '저녁 무렵 두 명의 나그네가 소돔에 이르렀다'면서 나그네로 변신한 천사의 등장을 알린 성경 텍스트를 차용해 그 뜻을 논증 형식으로 파고들었다. 천사의 임무는 타락한 소돔을 유황불로 응징하면서도 착한 롯의 가족을 구해야 한다는 것. 작가는 "멸망과 구원은 동시에 일어난다"면서 "물에 잠긴 곳에서만 물에서 건져지는 사람이 생기는 이치"라고 풀이했다. 신학을 전공한 작가는 "성경 텍스트를 강해(講解)하듯 텍스트의 틈 사이로 주석을 다는 방식으로 썼다"면서 "내 소설은 성경의 진리를 의역하고, 풀어서 다시 쓰는 작업이기 때문에 내 언어는 교회와 세속의 경계에 서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