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심정으로 목 뽑았는데, 이게 뭔일이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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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0.11.24 01:11

임방울국악제 대상 서정금씨

"뭔 일이다냐? 참말 좋다!"

23일 폐막한 제28회 임방울국악제에서 판소리 명창부 대상인 대통령상을 거머쥔 소리꾼 서정금(44)씨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트로피를 소중히 어루만지며 눈가를 연신 훑었다. "얼떨떨하다는 표현이 맞을 거예요. 제 인생, 아주 많이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제 인생에서 이런 날 있을까 싶었는데 오네요."

23일 광주광역시 빛고을시민문화관 대공연장에서 열린 제28회 임방울국악제 본선에서 판소리‘심청가’중 한 대목을 부르고 있는 소리꾼 서정금씨. 총점 97.8점으로 대통령상을 거머쥔 서씨는“엄마 아빠께 얼른 달려가서‘저 상 탔어요!’알려드리며 함께 기쁨을 만끽하고 싶다”고 했다. /김영근 기자
서씨를 수식하는 첫째 별명은 '국악계 재간둥이'다. 동편제 고(故) 강도근 선생과 서편제 안숙선 선생, 남해성 선생에게 수궁가를 사사했다. 1999년 국립창극단에 입단해 20년 넘는 세월 동안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무대에 서며 '믿고 보는 명품 배우'로 자리매김했다.

'춘향의 고장' 남원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광한루에서 보냈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소리에 입문했다. 스승 강도근은 "애기가 째깐해가지고 뭔 소리 공부냐"며 돌아가라 했지만, 그와 소리 몇 마디를 주고받고선 "곧잘 따라 허네. 이제 공부하러 와" 하며 어린 그를 판소리의 세계로 이끌었다.

스물셋에 국립창극단원이 됐지만 처음엔 배역도, 대사도 없었다. 사또 옆에 서서 "들랍신다아"를 크게 외치는 게 그의 역할이었다. 첫 배역도 흥부의 자식 중 한 명이었다. 떡고물 좀 얻어먹으려고 친구들한테 구걸하다 놀림받는 역이었다. 속상할 때도 많았다. 화장 곱게 하고 가르마 똑바로 타는 역할들은 선배들이 채가고, 나이도 어리고 키도 작은 그에겐 뺑덕이, 삼월이, 향단이, 거지 등 망가지고 방정 떠는 역할이 주어졌다. 그래도 고꾸라지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살아남을 수 있을까' 수없이 고민한 끝에 한번 맡으면 그게 뭐든 '서정금이 아니면 안 돼!'라는 말을 듣겠단 각오로 달려들었다. '춘향이 온다'의 향단, '변강쇠 점 찍고 옹녀'의 호색 할매, 아힘 프라이어 연출 '수궁가'의 토끼가 그렇게 탄생했다. 5년 전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공연이 끝난 뒤 국립극장을 빠져나가던 관객들은 "서정금 진짜 잘하네" 하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 사이 그는 세 아이의 엄마가 됐다. 인생에선 소중한 시간이지만, "소리 인생에선 커다랗게 빈 공간. 욕심껏 뿌리 깊게 독공(獨功)할 수도 없는 형편"이었다. 고음도 왠지 낮아진 것 같고, 쉴 새 없이 나타나는 뛰어난 후배들도 그의 자신감을 좀먹었다. 움츠러든 그를 국립창극단에서 함께 활동하는 김차경 명창이 손잡아줬다. 꿈에서 그가 왕관을 쓴 채 환하게 웃는 모습을 봤다며 "너만큼 잘하는 앤 없어" 하고 응원했다. 수시로 집에 데려가 진하게 우린 사골 국물로 떡국을 끓여 먹였다.

지난 1년 그는 그렇게 주위의 기운을 받아 일상을 연습처럼 살았다. "정신없어 죽겄다"고 우는 소리를 내면서도 차 타고 오가며 연습했다. 마침내 본선. 무대에 오르기 직전 불러야 할 대목을 제비로 뽑는데 평소 자신 있던 판소리 '심청가' 중 '가군의'가 나왔다. 심 봉사의 아내인 곽씨가 청이를 낳고 죽어가면서 남편에게 유언을 남기는 대목이다. 행운의 복(福)자가 수놓아진 한복을 입고 무대에 선 그는 "마지막이란 심정"으로 목을 뽑았다. "제 나이 올해로 마흔 중반이에요. 상 타기 딱 좋은 나이죠(웃음). 이 기쁨 이 기운으로 할 수 있는 그날까지 열심히 소리를 하겠습니다."


제28회 임방울국악제 수상자

◇판소리 명창부▷임방울대상(대통령상) 서정금▷최우수상(방일영상) 이경아▷우수상 정승희▷준우수상 정소영

◇판소리 일반부▷최우수상 정소정▷우수상 김나영▷준우수상 이진주▷장려상 강예빈

◇가야금병창▷최우수상 우정현▷우수상 최현희▷준우수상 오주영▷장려상 윤세인

◇농악▷대상 김천 농악단▷최우수상 지산 농악 보존회▷우수상 고창 농악▷준우수상 부안 우도 농악단 바람꽃

◇시조▷최우수상 송명희▷우수상 노선규▷준우수상 박금이▷장려상 이상덕

◇무용▷최우수상 최수진▷우수상 임지언▷준우수상 정민지▷장려상 정유진

◇기악▷최우수상 백민주▷우수상 조소정▷준우수상 양희정▷장려상 문가영

◇퓨전판소리▷최우수상 화양연화▷우수상 한국예술종합학교▷준우수상 앙상블 카덴차▷장려상 우리음악 하여금